지멘스 최유순 팀장에게 묻다. 왜 스마트팩토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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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팩토리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의 일부, 디지털 트윈 적용 서둘러야”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4차 산업혁명은 IT 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혁신 꾸러미다. 그중에서도 현재 가시적인 변화가 돋보이는 분야를 꼽으라면 바로 제조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의 첨단기술과 결합한 제조산업은 이제 우중충하고 딱딱한 쇳내로 가득했던 공장 이미지를 과거의 유물로 돌리고 있다. 이젠 '스마트팩토리'의 시대다.
스마트팩토리의 정의와 이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 그리고 관련 산업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무엇일까? 직접 이 분야 전문가에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디지털 엔터프라이즈팀 최유순 팀장은 스마트팩토리에 관해 조예가 깊은 인물이다. 2000년 산업제어 전문 기업 훼스토(Festo)를 시작으로 슈나이더일렉트릭을 거쳐 2007년 지멘스에 입사했다. 현재는 지멘스 스마트팩토리 TF팀을 거쳐 디지털 엔터프라이즈 팀장과 코디네이터 역을 겸하고 있으며, 약 20년에 걸친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갖고 있다.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디지털 엔터프라이즈팀 최유순 팀장
Q. 최근 몇 년 사이 스마트팩토리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가 있다고 보는가?
스마트팩토리를 향한 관심은 하루아침에 촉발된 것이 아니다. 오늘날 제조업 종사자들은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끊임없는 성장과 변화를 고민해왔으며, 최근 그 목표를 ‘스마트팩토리’란 말에 두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 2012년 독일에서 주창한 ‘인더스트리 4.0’ 개념에 기반한 제조업 경쟁력 향상 정책, 그리고 2016년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세계경제포럼회장의 ‘4차 산업혁명’ 발언도 이에 일조했을 것이다.
사실 스마트팩토리를 제조업이란 울타리 안에 가둘 필요는 없다. 스마트팩토리는 이 시대를 대변하는 디지털화, 세계화, 도시화, 인구 변화, 기후 변화 같은 글로벌 메가 트렌드의 일부로, 각 요소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는 영향권 안에 걸쳐 있다.
예를 들어 도시화에 대해 생각해보자. 요즘은 많은 사람이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자 도시에 거주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 시설의 대부분이 위치한 곳은 도시 외곽이다. 이로 인해 제조업에서 꼭 필요한 인력을 확충하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며, 인구 변화로 인한 생산가능 인구 자체도 감소기에 접어드는 추세다. 기후변화 측면에서도 사람들에게 제조업이나 공장의 이미지는 오염물질 배출원으로 그려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스마트팩토리가 최근 더 각광받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제조업의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디지털화)을 통해 앞서 언급한 사회적 문제들과 제조 산업에 각인된 어두운 이미지들을 혁파할 수 있는 잠재력이 내재돼 있음을, 사람들이 하나둘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참조 - IT와 다른, 기업의 OT 보안 방법론과 솔루션(테크월드, 2019.11)
Q. 스마트팩토리란 용어가 대중화되면서 지금은 스마트팩토리를 지칭하는 경계가 다소 모호해진 느낌이다. 스마트팩토리와 일반 자동화 공장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요컨대, ‘스마트팩토리’가 성립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스마트팩토리 완성을 위해선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과 CPS(사이버 물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OT/IT(운영기술/정보기술) 영역을 결합하는 공장자동화가 필수라고 본다.
과거엔 OT와 IT를 구분해 각각의 자동화 특성을 극대화하는 분위기가 강했으나, 이는 생각만큼 효율적이지 않았다. 두 영역 모두 하나의 제조 시스템을 이루는 근간인 만큼, 중요한 건 둘 사이의 긴밀한 연결과 소통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디지털 트윈은 OT와 IT를 묶는 스마트팩토리 시대의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참조 - 4차 산업혁명의 총아, 디지털 트윈 (테크월드, 2019.06)
제조산업은 디지털 트윈을 통해 실제 개발하고자 하는 제품을 직접 만들어보지 않고도 사이버 물리 공간에 구현할 수 있게 됐으며, 목표에 이르기까지 단시간에 저비용으로 다양한 설계 변화를 줄 수 있게 됐다. 이는 곧 물리적으로 분리된 환경에 존재하던 OT와 IT가 하나의 디지털 공간에서 결합되는 진정한 의미의 공장 자동화가 가능해졌다는 이야기와도 상통한다.
Q. 지멘스는 스마트팩토리의 대명사로 불리는 ‘독일 암벡(Amberg)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이를 운영하며 가시적인 능률 개선이 이뤄진 영역들은 무엇이 있는가?
암벡 공장은 앞서 언급한 디지털 트윈 기술을 기반으로 ▲제품 개발 시간(Time to maket) ▲유연성(Flexibility) ▲품질(Quality) ▲생산성(Productivity) 4가지 측면에서 굉장한 성과를 확보했다.
특히 수요자 중심의 시장에 대응하는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현재 암벡 공장에서는 약 1200개에 달하는 다양한 제품들이 하루 120번의 변화를 거쳐 1초에 1개씩 제조될 만큼 빠른 생산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생산성만 따져도 1990년 대비 14배 성장한 수치다. 여기에 관건은 품질이다. 지속된 변화와 빠른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불량률은 100만 개당 10개에 지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인공지능, 엣지컴퓨팅, 사물인터넷 플랫폼, 협동로봇 등을 적용한 완전한 OT/IT 디지털 트윈이 이뤄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만, 모든 영역을 자동화하진 않는다. 기술적으로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동화 효율이 그리 크지 않은 부분들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말 자동화가 필요한 영역에만 적용하는 노하우, 이 역시 끊임없는 신기술의 도입과 실패의 경험 속에서 얻은 지멘스의 값진 경험이다.
Q. 기존 제조산업의 스마트팩토리 전환, 필수일까?
이 문제는 우리나라 제조업 종사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개인적으로 스마트팩토리는 필요하다고 본다. 앞서 말한 글로벌 메가 트렌드와 관련된 문제는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그에 대응할 준비를 함에 있어 이 시대엔 디지털 트윈이 가장 근접한 해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건 없다. 제조업의 각 산업과 분류에 맞춰 하나씩 차근차근 도입해 나가야 한다. 필요 이상의 OT/IT 결합, 무분별한 인공지능 적용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지멘스 암벡 공장만 하더라도 아직 많은 인력이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 완벽한 물류 자동화를 이뤘음에도 작업 현장에는 그 흔한 AGV(자율운행물류로봇) 하나 볼 수 없다. 자동화는 효율을 달성하기 위한 일개 수단일 뿐이다. 진정한 스마트 공장과 일반 공장의 차이는 기계와 인간의 효율적인 협업 플랫폼 유무에서 나타난다.
Q. 그렇다면 지멘스의 스마트팩토리 시장 확대 전략은 무엇인가?
지멘스 역시 완벽한 디지털 트윈 기술을 갖춘 제품군을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합병/투자한 결과, 현재 지멘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갖춘 단 하나의 디지털 트윈 기업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지멘스 마인드스피어(MindShpere)는 제조업에 부는 또 하나의 거대한 흐름인 IoT 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클라우드 기반의 오픈 IoT 운영체제다. 마인드스피어를 통해 제조업 디지털화에 있어 고객이 늘 최신 기술을 도입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최근 마인드스피어를 기반으로 폭스바겐의 IoT 플랫폼 구축을 돕고 있다.
지멘스 마인드스피어 개념도
Q. 안타깝지만 디지털 트윈의 경우, 이를 아직도 어렵게만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 것 같다.
시장이 아직도 디지털 트윈을 어렵게 대하는 이유는 그 사례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탓으로 본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최신 기술이 탑재된 제품들 속에서 내가 속한 산업군의 사례를 찾기 어려운 까닭이다.
지멘스는 이점을 해소하기 위해 단순한 제품 판촉을 넘어 업계 간담회, 컨퍼런스, 포럼 등을 지속해서 개최하며 최신 기술과 사례를 소개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2019년 국내에서는 IoT 플랫폼 생태계 확장을 위한 한국 마인드스피어월드를 창립했다. 이곳에서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자유롭게 기술 발전을 논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
Q. 스마트팩토리의 중요성이 언급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국내 사례의 상당수는 기초적인 디지털화에 머물 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계획을 너무 크게 세우다 보니, 정작 실행할 엄두가 나지 않아 시작도 못 하는 것이 우리나라 제조업의 가장 큰 병폐 중 하나다. ‘스마트팩토리’라는 거대한 목표에만 함몰되기보다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최상의 효율을 추구하는 디지털화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마다 이미 설치해 운영 중인 OT/IT 제품이 다르며, 처해 있는 환경마저 모두 다른 형편이다. 따라서 너무 큰 목표보다 꼭 필요한 영역에 대해 하나씩 디지털화를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 제2, 제3의 암벡 공장이 나타나는 일도 어렵지 않으리라 본다. 어느 한순간에 이뤄지는 것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Q. 향후 국내 제조업과 스마트팩토리가 한 단계 높은 경지로 나아가기 위한 기술, 정책적 제언을 부탁드린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제조 경쟁력이 뒤처진 여러 국가들과 비교해 우린 꽤 유리한 시장 환경을 지니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조만간 상용화된 디지털 트윈 기술을 도입해 우리 제조 경쟁력을 앞서는 나라들이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우리가 디지털 트윈 도입을 더 이상 미룬다면 지금껏 쌓아 올린 경쟁력도 빛을 잃을 공산이 크다.
우선 기업은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정부는 스마트팩토리 진흥 정책을 위한 자금 지원을 국산 위주의 솔루션 공급업체로 한정하는 우를 경계해야 한다. 경쟁자들은 세계 무대에 있다.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어, 더 이상 국산 또는 외산을 따져선 안 된다. 어디에서 만들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더스트리 4.0 스마트팩토리 시대에 우리 제조업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테크월드 - 월간 2020년 4월호 中
이건한 기자 sugyo@tech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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